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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의회 선거를 앞두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실현하려는 정책 공약이 넘실대는 독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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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의회 선거를 앞두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실현하려는 정책 공약이 넘실대는 독일

독일 이야기 2017. 5. 3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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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한 만큼 꿈꾸는 세상도 다양한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텐데요. 꿈꾸는 세상이 완전히 같을 순 없지만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결사체를 이루고 실천하는 조직 중 하나가 정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인류는 다양한 정치체계를 만들어 왔는데요. 혈통만으로도 인생의 궤적이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는 때도 있었고, 꿈꾸는 작은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서도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고 싸우고 피를 흘려야만 했던 때도 있었고요. 다행히 지금은 많은 나라가 시민 대다수가 표를 주어 권력을 위임한 정당이 중심이 되어 시민의 뜻을 대신 받들어 국가를 경영하는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총칼을 들이밀 필요까진 없어졌지만, 추운 날씨에도 촛불을 들어야만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고단함은 여전하긴 하지만요.


국가 행정을 책임지는 권력을 위임하는 대통령선거와 법을 제정하는 권력을 위임하는 국회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 천지 차가 되는데요. 그 의미가 무거운 탓인지 독일에서도 선거(발) 과정이 전투(캄프) 같다는 의미를 담아 선거전(발캄프)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승패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듯 선거전 결과에 따라 세상도 크게 달라지기에, 선거를 앞두고는 달라질 세상을 꿈꾸는 꿈들이 독일에서 더 넘실거리는 것을 보게 되는데요. 오늘은, 다가올 세상을 위해 권한을 위임하는 선거전을 앞두고 두드러진 독일과 한국의 차이점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먼저, 오랜 뿌리를 내린 정당 중심입니다. 새로 등장하며 반짝하는 정당도 있지만 시간을 들여 신뢰를 쌓지 않으면 쉬이 소멸합니다. 오랜 정당이나 신생정당이나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이슈마다 제한된 자원을 사용하는 중요한 일을 소수의 리더인 개인의 선의에만 맡긴다는 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일인데요. 독일에선 주장과 실천이 다른 정당은 계약사회인 독일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해, 오랜 시간 각 정당이 꿈꾸는 세상에 대해 노력한 궤적을 갖고 있고, 그 궤적을 보고 유권자들이 예측이 가능한 정당에 권력을 위임합니다.


또한, 정당들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어떻게 구체적으로 일할지 다양한 정책들을 개발하고 소개됩니다. 개인이 조명받기보다 그가 속한 정당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 갈지 조명받게 됩니다. 선거전에 나선 후보들은 그가 속한 정당이 꿈꾸는 사회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지 설명하고 설득합니다. 정당마다 다양한 세상을 꿈꾸기에 정책들도 정말 다양합니다. 제한된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이기에 논란도 끊이지 않지만, 정당들은 꿈꾸는 사회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정책이라면 과감하게 밀고 나갑니다.


자주 설명해 드린 것처럼, 독일은 16개 주로 이뤄진 연방 국가입니다. 중앙 정치를 책임지는 연방 의회와 연방 정부는 4년에 한번씩 치루는 연방의회 선거로 결정되지만, 독일연방을 구성하는 16개 연방주는 주의회와 주정부를 별도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주의회 선거를 4년마다 치르는 브레멘을 제외하고는 모두 5년마다 치르고 있는데, 연방의회 선거 사이 분산해서 치르도록 일정을 짜, 민의가 시시각각 반영되어 중앙정치권력을 재편해서 연방의회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정당이라 해도 다음 선거전까지 무한질주하는 것을 견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린 다음달에 대통령선거가 예정되어 있지만, 독일에선 9월 연방의회선거를 앞두고 지난 달에 이어 다음달에 두 곳의 주의회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요. 독일에서 가장 큰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주선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연방의회와 연방정부는 메르켈 총리가 당대표로 있는 중도우파인 기독민주당(CDU)와 유럽연합 의장을 지내다 독일 국내정치로 복귀해 올 9월 메르켈 총리와 승부를 가릴 마르크 슐츠가 당대표로 있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이 대연정을 맺어 집권하고 있지만,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과 좌파인 녹색당(Die Grünen)이 연정을 맺어 좌파연합이 집권하고 있습니다.


주의회 선거를 앞둔 지금, 각 정당마다 권력을 위임받아 실천하고 싶어하는 정책들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각 정당의 정체성이 분명한 만큼 내놓은 정책마다 일관성이 있습니다. 모든 정책을 소개할 순 없을 것 같은데요. 시민들이 저마다 꿈꾸는 세상과 가까운 세상을 만들려는 정당에 표를 주어 권력을 위임하면 의회와 정부 구성 후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꿈꿀 수 있는지를 선거전때 약속한 정책을 통해 가늠할 수 있습니다. 설령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해 선거전까진 누구도 예측 못한 사안이 생겨도 권력을 위임한 당의 정체성이 분명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도 그 정체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독일 통일 이후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SPD)이 우파정당에서나 할 하르츠개혁과 아겐다 2010을 주도해 지지자들의 신임을 잃어 당세가 크게 줄어드는 일도 간혹 벌어지긴 합니다. 다행히 최근 당대표가 된 마르틴 슐츠가 아겐다2010 실책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개선의지를 밝혀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정당마다 정체성에 일관성이 있고 정당마다 꿈꾸는 세상과 정책흐름은 예측가능합니다.


설명이 장황했는데요. 독일 정당마다 내세우는 정책들이 얼마나 다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좌파정당으로 분류되는 녹색당(Die Grünen)과 극우 포퓰리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의 에너지정치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녹색당은 탈핵 정책을 주도해 모든 집권세력으로 부터 탈핵선언을 이끌어낸 데 이어 장기적으로 모든 화석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정책을 폐기할 꿈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이산화탄소 배출은 인류에게 전혀 무해하다고 믿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정책을 반대합니다. 뿐 아니라 탈핵정책도 반대하고 핵발전소를 재가동할 꿈을 갖고 있습니다.


녹색당은 광업과 중공업을 중심으로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라인-루르 공업지대가 속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 올해 집권하면 2037년까지 20년간 태양광 패널 설치를 계속 늘려 100% 재생가능에너지로만 전기를 생산할 계획에 있습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잠시 살아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곳은 한국에 비해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한 곳입니다. 흐리고 비가 많은 전형적인 독일 날씨를 보일 때가 많은 곳에서도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기여코 만들어 보려고 하는 것이지요. 이들은 삶의 질을 가장 우선시하다 보니 철제 닭장이 금지되어 있어 건강한 계란과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해 경제성을 따져 태어나자마자 수천마리씩 죽어가는 수컷 병아리도 경제성이라는 잣대로 함부로 죽이지 못하도록 법초안을 만들었다가 농장의 반발과 법원의 결정으로 현실이 되지 못한 일도 있었습니다. (독일 이야기 이전 글: https://dogilstory0.blogspot.com/2017/02/blog-post_331.html


정치 결사체로 참여한 당원과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정책들을 개발하고 약속한 후 집권당이 되면 모두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녹색당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활성화해야한다며 티켓 하나로 주 전체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한달에 60유로(75,000원), 1년에 720유로(900,000원)짜리 티켓을 발행할 정책까지 발표했는데요. 재원에 대한 걱정과 논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맘껏 상상력을 발휘하고 실현되도록 정책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주 티켓 같은 아이디어처럼 만약 선거를 앞두고 서울이나 경기도 전체를 동일가격의 저렴한 티켓하나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티켓을 누군가 정책으로 내 걸었다면 한국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간 자주 소개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사안이 생기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풀어야 하는, 정치가 적극 개입되어야 하는 상황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빨리 없어지거나 시끄럽게 이슈화 되어서는 안되는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독일은 "정치"가 개입해서 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정치적 사안으로 봅니다.  일례로, 우린 난민문제, 에너지문제, 환경문제, 노동문제 등으로 이해관계가 부딪쳐 조정이 필요한 상황을 "문제"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난민정치(Flüchtlingspolitik), 에너지정치(Energiepolitik), 환경보호정치(Naturschutzpolitik), 노동정치(Arbeitspolitik) 등으로 모두 폴리틱(Politik) 즉, 정치가 개입되어야 하는 상황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회구성원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지점마다 정당들이 지향하는 목표와 정책의 차이가 분명하지만 복지에 대해서만은 우파, 좌파가 따로 없습니다. 대연정으로 집권 파트너가 된 사회민주당(SPD)은 독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정당 중 하나인데요. 독일에서, 유럽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민주의자들이 주축이 되어 창당했던 정당입니다. 비스마르크와 히틀러는 가장 혐오했던 그룹 중 하나였고, 사회주의자들로 부르며 숱한 감금과 당을 해산하기도 했지만, 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 3명의 총리를 배출해 내었습니다. 비록 비스마르크가 사회주의자를 핍박했지만, 복지를 폄하하거나 덜 신경쓴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나라까지 전파된 대표적인 사회보장제도는 비스마르크가 시작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정리하자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한 만큼 꿈꾸는 세상도 다양하고, 그 꿈을 선거를 통해 이룰 수 있어야 하고, 선거를 앞두고는 사회구성원들이 꿈꾸는 저마다의 꿈들이 넘실거려야 정상입니다. 


사회안전판을 구축하자며 복지정책 내세우면 좌파라며 힐란하다가도 선거때만 되면 무릎꿇고 읍소하고 각종 복지정책을 쏟아내고 그러다가 정권잡으면 또 딴소리하고... 정당이 표방하는 노선이 아니라 열길 물속보다 알 길이 없는 사람 속을 어찌 다 아는지 자신이 충분히 성장했고 잘할 자신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분들 믿고 밀어줬다가 자신이 꿈꾸는 노선과 다른 일을 할 때 또 배신당했다며 상처받고 분통터져하고... 리더 한 사람의 선의만 믿다가 뒤통수 맞는 것이 아니라 독일 정당들처럼 신뢰할만하고 예측가능한 정당에게 그 꿈을 맡길 수 있어야 하고요.







개인마다 꿈꾸는 세상과 100% 맞는 정책을 내놓는 정당이 있을 리 없고, 만족할만한 수준도 발견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적어도 나쁜 세상은 아닐 거란 확신을 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세상을 만들려는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가고 또 그걸 실현할 신뢰를 쌓아가는 정당에게 힘을 주면 좋겠습니다. 국민과 소통하고 실천하기 위해 사안마다 전문가그룹을 준비하고 있는 곳이면 더 좋겠구요.


언론들도 언제든 조작가능한 통계수치로 숫자놀음을 하지 말고, 또 니편내편 속내에 따라 마치 연예인 인기투표하듯 숫자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다양한 꿈들이 넘실될 수 있도록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각양각색의 꿈들을 소개하고 검증하고 현실성을 체크하고, 독자들과 소통하며, 후보들과 또 함께하는 정치세력이 과연 약속한 세상을 실현할 만한 의지가 있는지, 역량은 있는지, 말만 앞세운 건 아닌지, 사람과 공약 모두 신뢰할 만 한 지를, 시민들이 표를 주기 전 확인할 수 있도록 소상히 체크하고 알려주는 본분에 더 충실해지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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